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흔한 말이다.
나 역시 마음공부 n개월차로서 삶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양면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대비가 계속해서 등장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안진진"이라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로서, 안진진의 외할아버지가 주선한 선자리에 대한 두 자매의 순간의 선택에 의해 두 사람은 극명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안진진의 어머니는 결혼 후 얼마있지 않아 드러난 남편의 조현병 증세 때문에 가정폭력을 당하고, 시장에서 양말을 팔며 버는 푼돈마저 남편에게 빼앗기며 사는 인물이다.
안진진은 학창시절 툭하면 가출을 하는 청소년이었고 안진진의 남동생은 모래시계 최민수 따라하기에 심취한 조폭이다.
반면 안진진의 이모는 건실한 건축사업을 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자식들 모두 속썩임 없이 똑똑하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이렇게 안진진의 어머니와 그녀의 가족 vs 안진진의 이모와 그녀의 가족은 극명히 대비되어 그려지고 있으나 작가는 안진진 어머니를 특유의 생기와 활력을 가진 여인으로 묘사하여 그녀의 삶이 너무 어둡고 무겁게 보이지 않도록 한다.
외려 삶의 고비마다 책에서 답을 찾고 백번 밟혀도 백번 일어서는 잡초같은 생명력이 느껴져 안진진의 어머니로부터는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걱정하나 없을 것 같은 안진진의 이모는 겉으로는 밝고 우아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지루함이 느껴진다.
당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던 안진진이 만나는 두 남자도 극명히 대비되는 인물들이다.
우선 '나영규'라는 인물은 요즘 MBTI로 말하자면 파워 J 성향의 남자이다.
책 속의 묘사에 따르면 나영규는 '인생계획표'를 두고 사는 사람이라 데이트를 하더라도 완벽한 동선과 계획을 짜서 들이미는 남자이다.
데이트를 하고 청혼을 하고 청혼을 받아주면 몇 개월 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몇 낳을지까지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남자이다.
안진진의 설명에 따르면 나영규는 안진진이라는 사람보다 인생계획표를 더 사랑하는 류의 사람인 것이다.
한편 '김장우'라는 인물은 형의 사업의 부침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굴곡도 영향을 받는, 야생화를 찍으러 다니는 사진작가로서 늘 나영규에 비해 안진진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속도도 한 발짝 느리고 데이트를 하더라도 어떠한 일정을 정해오는 것이 아니라 낡아빠진 차를 몰고 훌쩍 떠나는 류의 사람이다.
실제 현실이라면, 사람마다 '선호'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다른 류의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자매가 양극단의 삶을 사는 경우는 드물 것이므로 작품의 구도가 일면에서는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으나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삶의 '모순'에 대해 설명하기에는 일란성 쌍둥이 만한 설정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모순투성이였다.
이론상의 진실과 마음속 진실은 언제나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모순은 무엇을 따라도 모순의 벽과 맞닥드려지는 인간과 삶에 관한 진술이었다.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양귀자 - 모순 중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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