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병원은 아담한 2층건물에 주차장도 넓고 무엇보다 정원수가 있어서 제법 병원 분위기가 났다.

커다란 건물에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으나 경영부실로 건물을 넘기고 주차장도 없고 엘레베이터도 없는 작은공간으로 이사한지 5년만에 비록 전세지만 단독건물로 이사를 한 터였다.

병원에 오시는 지인들과 환자분들도 많이 좋아라했다.

무엇보다 유모차가 바로 진료실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에다가 어르신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일이 없어서 좋았다.

가을이라 낙엽이 떨어져서 아침마다 빗자루질을 해야했지만 산사에서 빗자루질을 하실 스님들을 떠올리며 웃고 넘겼다.

며칠 전어있던가?

마당을 쓰는데 이상한 벌레들이 꿈틀거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송충이었다.

그러고보니 넓은 주차장 곳곳에. 화단위에. 심지어 계단입구까지 올라온 녀석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가급적 다치지않게 부드러운 빗자루로 살살 모아서 다시 화단으로 돌려보냈었다.

일하는 직장에서 나는 임상병리사로 일하지만 본의아니게 관리까지 떠 맡은 처지였다.

규모가 작아 특별히 청소아저씨나 관리직원을 둘 처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병원사무를 관장하는 사무장이 있기는 하였으나 어찌하다보니 내 일이 된 처지였다.

그러던 것을 어제 같은 건물에 새들어있는 약국의 약사님이 송충이를 어찌할 것인가 물었다.

나는 즉답을 못하고 어찌해야 할까요 라고 되물었다.

약사님은 살충제를 뿌려서 소독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나는 그러한 권한이 저에게는 없다고 잡아떼면서 딴청을 부리고 그 일은 끝나는 것 같았다.

내심 살충제를 뿌리는 일과 송충이의 삶이 오버렙되면서 갈등이 있었지만 바로 잊어버렸다.

오늘아침 출근을해서 마당을 쓰는데 트럭하나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나무 소독하로 왔는데요.

누가 나무 소독을 요청하였던가요?

건물주가 직접 요청하였습니다.

아 그러세요......

한 10분이면 끝납니다.

그러고는 길다란 노란줄을 길게 빼더니 바로 분무를 하여 나무를 목욕시키듯 소독약을 뿌렸다.

죽어가는 생명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등산길에서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나무에 찐득이를 둘둘 감아놓아 곤충들이 죽어가는 상황과 겹치면서 나는 눈을 감고말았다.

사람으로 태어난것이 죄를 짓는것만 같았다.

자연은 무한정 아낌없이 주는데 사람은 왜 이리 이기적으로 혼자만 살고자 하는지 안타까웠다.

나는 커피한잔을 타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생명의 절규가. 아우성소리가 나를 그곳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하였기 때문이다.

2023.10.14. 토요일 아침 가이아킹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