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사람이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코끼리 발을 쇠사슬로 묶고 피가 나도록 풀어주지않아

코끼리가 저항을 포기할 때까지 묶어두는 이 방식은 참으로 꿈찍했다.

사람과 감정교감을 개나 고양이보다 더 조밀하게 나눈다는 코끼리를 어떻게 저리 감정까지 파괴시키며 길들일 수 있을까 싶어 오래동안 지워지지 않는 글이었다.

나는 오늘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코끼리 사냥을 하는 원시인의 편집영상이 나오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것은 비단 코끼리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억압받고 굶주리고 자유의지를 무시당했던 내 유년의 기억때문일 것이다.

형님슬하의 사춘기는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으려고 저항하지 않았다.

무저항은 나에게 대학졸업이라는 선물을 주었지만, 아직도 빗바랜 사진에는 운동화 밖으로 나온 발가락이 있다.

찢어진 가방이 있다.

그리고 어머님의 눈물이 있다.

형님은 나를 보살폈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

눈물젖은 빵과 배고품과 배신의 시간들을 제거하지 않고는 나는 인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