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면서 게임도하고 커피도 느긋하게 마시고 애완견 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정말 최선의 삶이었을까?

중학교를 졸업한 것 까지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이었고, 최선을 다해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려했으나 좌절된 것도 내가 어찌 해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극심한 형님의 반대와 핀잔에도 나는 군산제일고등학교 시험을 치러 합격까지 하였으나 끝내 진학을 하지 못했으니 난 어린나이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였다고 생각하면서 후회는 없다.

그리고 비진학의 아픔이 밀러오던 그해 봄날 나는 배움의 꿈을 않고 인천행 버스를 탓으며 그 일은 신문배달로 이어지고 꿈에 그리던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을 하였으니 최선의 선택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두번의 검정고시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여 합격을 하였고 그 이듬해 보건대학에 입학을 하였으니 그야말로 가이아킹덤의 인생에서 해빙기의 아침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시셈이었을까?

가만히 놔 두었으면 나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슬기롭게 대학을 졸업하였을 터인데, 그해 6월8일 방위소집 통지서가 나왔다.

내 나이 22살의 일이다.

억장이 무너지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이 아득했다.

나는 학교를 휴학하면 다시 다닌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걸 직감하고 야간에 군 복무를 하고 낮엔 학교에 나가는 어려운 결심을 하였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부대로 가고 부대의 일과가 끝나면 잠시 집에들러 학교에 가고 그러는 생활이 18개월동안 이어졌다.

전문대학 24개월에서 18개월의 시간이 군복무와 겹치는 힘든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스터디그룹을 이끌고 문학서클에 나가고 어쩌다 용돈이 떨어지는 날은 노가다도 다니면서 온 몸이 부서저라 생활을 했다.

84년 졸업은 겨우 하였지만 그해 치러진 자격시험에서 나는 떨어진다.

시험엔 떨어졌으나 학교선배의 안내로 무자격 야간 당직을 서는 병원에 취직을 한다.

그리고 1년뒤 재도전해서 자격을을 딴것이 오늘날까지 밥벌이 수단이 되었다.

인생의 갈림길은 서너번 있었다.

부와 명예를 창출하는 길과 평범하게 사는길의 선택이 야간 당직을 할 무렵 있었으나 나는 평범한 길을 선택했다.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어서도 나는 지금의 아내를 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다.

운명이니 잘 잘못은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30대에 배움의 갈증을 아내에게 호소하면서 한의사 공부를 하겠다고 하였으나 아내가 거절한것이 아쉽고, 40대 초반의 주식 실패가 아내와 나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타는 나이가 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갈림길은 없었다.

아, 딱 한번 여자문제로 갈림길이 있기는 하였다.

아내의 방황과 나의 무능함이 겹처서 가정은 최하 바닥이었는데 그 시절 나에게 정말 순수한 사랑이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밟혀서 끝내 그 사랑을 지키지 못했다.

나를 버리고 난 후에야 얻게되는 사랑이라는 아리랑의 부제는 이 시절에 내가 터득했던 일이다.

내가 만약 부를 선택했더라면,

한의사 공부를 더 해서 한의사가 되었더라면,

주식을 성공해서 부를 이루었다면,

아, 새로운 사랑을 따라나서 새 보금자리를 일구었더라면,

지금의 삶보다 더 빛나는 삶이었을까?

나이 60을 넘기고보니 인생에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새로운 하나를 얻으려면 내가 가진 소중한 하나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앞에서 나의 선택을 믿는다.

지금의 나는 그런데로 만족하는 삶이다.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여 제 갈길을 가고있으니 그 하나요,

먹고 자는데 불편함이 없고 직장에서 인정하는 삶이니 그 하나의 이유이며,

아내와 내가 따로국밥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정직하고 작지만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니 그 하나이며,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고 결과에 수긍하는 나의 삶이

영성에 열매를 맺게 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고랭지의 사과나무는 극심한 일교차에 의해서 최상의 단맛을 일구어낸다.

나의 삶도 따지고 보면 고랭지의 일교차 만큼이나 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말년에 영성의 꽃을 피우게 되었으며 십천의 하늘을 이해하였으니 최상의 단맛을 일구어 냈다고 봐도 좋을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 하나는,

아직도 이원성을 졸업하지 못하였다는 일이다.

가정을 이끌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물질을 극복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힘든일이다.

앞으로 가이아킹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거 하나다

모든 관문을 다 통과하고 아내까지도 섬김의 자세로 임하는데 그래서일까?

물질은 졸업하지 못했다.

아내를 섬기는 일과 물질의 졸업은 서로 상반되는 일이다.

조만간 선택의 날이 올련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아내와 가정을 이탈하고 이원성을 졸업하는 길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2022.05.14. 토요일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가이아킹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