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에게는 많은 뛰어난 제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남악회양(南嶽懷讓)·
청원행사(靑原行思)·
남양혜충(南陽慧忠)·
영가현각(永嘉玄覺)·
하택신회(荷澤神會)는 혜능하의 오대종장(五大宗匠)으로 불린다.
남악회양(南嶽懷讓, 677~744)의 속성은 두(杜)씨이며, 산동성(山東省) 금주(金州) 출신이다. 15세에 호북성(湖北省) 형주(荊州) 옥천사(玉泉寺)의 홍경율사(弘景律師)를 찾아뵙고 출가하였다. 그 후 숭산(嵩山)에 올라 숭악혜안(嵩嶽慧安)선사를 만나고, 그의 가르침에 따라 6조 혜능에게 5년간 참학하여 법을 이었다. <조당집> 권3 <회양화상조>에 나타난 기록을 보면 다음의 이야기가 전한다.
<어느 날 마조도일이 선방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회양선사가 벽돌을 가지고 그 앞으로 가서 돌에다 갈았다. 이를 본 마조가 물었다. ‘무엇을 하십니까?’. 그러자 회양이 대답하기를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마조 ‘벽돌을 갈아서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하여 어찌 부처를 이루겠는가?’. ‘그러면 어찌하여야 옳습니까?’. ‘사람이 수레를 몰고 가는 것과 같다.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때려야 되겠는가, 소를 때려야 되겠는가?’. 그리고는 회양선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는 좌선(坐禪)을 배우려는가, 좌불(坐佛)을 배우려는가? 만일 좌선을 배우려 한다면 선은 앉거나 눕는 것이 아니요, 좌불을 배우려 한다면 부처는 일정한 모습이 아니어서 법에 머묾도 없고 취할 수도 없거늘 어찌해야 하는가? 그대가 만일 앉는 것이 부처라 한다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요, 앉는 모습에 집착한다면 해탈의 이치가 아니니라.>
이것은 남악회양의 선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일화로서, 선은 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것’에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레는 ‘몸’을, 소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소가 끄는 수레가 움직이지 않을 때 우리는 소를 때리지 수레를 때리지 않는다. 그처럼 번뇌에 덮여 있을 때 ‘몸을 가지고 앉아서 참선’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닦아야’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육조단경(六祖檀經)>에서 ‘무엇을 좌선이라 하는가? 이 법문 중에 걸리고 막힘이 없어서 밖으로 일체 선악(善惡)의 환경에 마음과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좌(坐)라 하고, 안으로 자성을 보아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선(禪)이라 한다.’고 한 혜능의 사상을 이은 것에 다름 아니다.
남양혜충(南陽慧忠, ?~775)의 속성은 염(苒)씨이며, 절강성(浙江省) 소흥부(紹興府) 출신이다. 신회와 더불어 중국북방에서 혜능의 선을 선양하였다. 남양혜충은 선승 중에서 최초로 ‘초목성불설(草木成佛說)’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경덕전등록>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떤 승이 남양혜충국사에게 묻기를, ‘불심(佛心)이란 무엇입니까?’. 사가 대답했다, ‘벽과 기와가 그것이다’. 승이 말했다. ‘경전과는 다르군요. <열반경>에는 “벽과 같은 무정물(無情物)을 떠나므로 불성이라고 이름한다”고 하고 있는데, 화상은 그것을 불심이라고 하니 도대체 심(心)과 성(性)은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사가 말했다, ‘미혹하면 다르고 깨달으면 같다.....만약 무정에는 불성이 없다고 집착하면 경전에 “삼계유심(三界唯心)”이라고 말할 리가 없다. 네가 경전을 모를 뿐 내가 경전에 어긋난 것이 아니다’. 승, ‘무정에 불성이 있다면 설법할 수도 있습니까?’. 사, ‘항상 설법해서 그친 적이 없다’.>
초목성불은 ‘유정(有情)이 아닌 초목·벽·기와 등의 무정(無情)에도 불성이 있다’는 설로, 인도에는 없는 중국고유의 설이다. 초목성불설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삼론종(三論宗)의 길장(吉藏, 549-623)으로서 당대(唐代)에는 천태·화엄·선 등이 각자의 입장에서 초목성불설을 전개했다. 특히 천태6조 담연(湛然, 711-782)은 『금강비론(金剛錍論)』을 저술하여 큰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선종에서는 남양혜충이 최초이다.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은 자가 명도(明道)이며, 절강성(浙江省) 영가현(永嘉縣) 출신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삼장(三藏)을 두루 공부하였으며, 특히 천태지관(天台止觀)의 법문에 정통했다고 한다. 저술로는 <증도가(證道歌)>가 유명하다. <조당집> 권 3 「일숙각화상조」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현각선사가 혜능의 처소에 이르니, 때마침 대사가 상당(上堂)하여 있었다. 현각이 석장(錫杖)을 들고 올라가 선상을 세 번 돌고는 우뚝 서니 육조가 물었다. ‘무릇 사문은 삼천위의(三千威儀)와 팔만세행(八萬細行)을 갖추어서 행과 행이 이지러짐이 없어야 사문(沙門)이라 하는데, 대덕은 어디서 왔기에 도도히 아만(我慢)을 부리는가?’. 그러자 현각이 대답했다. ‘나고 죽음의 일이 크고 무상함이 너무나 빠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남이 없음을 체득해 본디 빠르지 않은 도리를 터득하지 않는가?’. ‘체득에는 본래 남이 없고, 터득함에는 빠름이 없습니다’. ‘그대는 남이 없는 뜻을 매우 잘 알고 있도다’. ‘남이 없음에 어찌 뜻이 있겠습니까?’ ‘뜻이 없다면 어찌 분별할 수 있겠는가?’. ‘분별하는 것 역시 뜻이 아닙니다’. ‘그렇다. 옳은 말이다’.
다음 날 현각선사가 대사께 하직을 고하니, 대사가 말했다. ‘너는 어찌 이리 빨리도 돌아가려 하느냐?’. 그러자 현각이 답하기를 ‘본래 움직이지 않았거늘, 어찌 빠름이 있겠습니까?’. ‘움직임이 아닌 줄을 누가 아느냐?’. ‘스님 스스로가 분별을 냅니다’. 그러자 대사가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장하다. 옳은 말이다. 하룻밤만 묵어가거라’.>
현각선사는 혜능을 처음 뵙고 법거량을 통해서 오도의 경지를 인가받았다. 여기서 ‘생사사대(生死事大) 무상신속(無常迅速)’은 선어록에 대단히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현각선사는 ‘남이 없는 이치’를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현각선사를 인정한 육조는 하룻밤만 묵고 가기를 청한다. 그래서 선림에서는 현각선사를 ‘일숙각(一宿覺)화상’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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