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7년여동안 일요일 당직을 하다가 그만 둔 요즈음이다.

갑자기 한가로워진 시간을 어디에 쓸까 하다가 더위도 피할 겸 운동도 좀 할겸 해서 뒷산을 경유해 시립도서관을 찾았다.

땀으로 흠뻑 젖어서 바로 열람실로 향하지 못하고 지하 구내식당에 들렸다.

냉면이라 막국수를 생각하고 찾은 식당이었지만 메뉴가 한정되어있어서 하는 수 없이 순두부백반을 시켜먹었다.

시원한 물도 마시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입구 벽에 그려진 어린왕자의 별이야기도 읽으면서 몸을 식힌다음 2층 열람실로 향했다.

오랜만에찾은 도서관은 한켠에 켬퓨터실도 갖추고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나는 제일 관심분야인 문학분야부터 훑어오다 마침내 인문학을 거처 고고학쪽에 이르렀다.

눈에 띠는 책 한권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길가메쉬 서사시였다.

수메르문화를 관심있게 공부하였던 터라 낮설지 않았고 체계적으로 엮어놓은 책이라 순식간에 메료되었다.

나는 서서 한참을 읽다가 다시 바닥에 주저않아서 읽다가 그래도 다 읽지 못한 책을 잠시 책꽂이 한켠에 눞혀놓고 눈의 피로도 풀겸 다른책에 관심을 옮겨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이제는 집에 가려고 나서는데 우연히 아까 길가메쉬 책을 놓아두었던 자리를 지나게 되었다.

직원이 마침 책장정리를 하다 나를 보고는 흠칫 놀라면서 혹시 보시던 책을 찾느냐고 물었다.

나는 엉겹결에 네 하고 대답했는데 직원은 친절하게도 깔끔하게 정리된 책꽃이에서 아까 그 책을 꺼내주면서 빙그레 웃었다.

나는 책을 받아들고 다서 펴보다가 마침내 회원증을 제시하고 그 책을 빌려왔다.

전날 서제정리를 하면서 오래도록 서랍속에 묻혀있던 도서관 회원증을 챙겨둔터였다.

집으로 와서 샤워하고 티브이도 보고 컴푸터를 하다가 낮에 빌려온 책을 펼첬다.

 

 

책 소개

원전 <길가메쉬>는 2000년동안 묵혀 있었던 최초의 신화이자,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유한한 인간이 영원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죽음과 처절하게 싸우는 영웅의 투쟁 이야기이다.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고 있는 단독자의 운명, 즉 한 고대인이 불멸과 필멸의 운명 사이에서 방황했던 광기의 기록이다.

5000년 전에 이미 간파했던, 인간의 보편적 운명에 대한 원초적인 기록을 다시 만나본다. 오랫동안 수메르의 점토판과 씨름하면서 인류의 '최초'를 탐험하고 있는 김산해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각색하여 펴냈다.
 
 

저자 소개

김산해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하였다. 20여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 역사, 문명을 연구하고 수메르어, 악카드어와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였으며, 현재도 지리산에 살면서 수메르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들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신화는 수메르에서 비롯되었다>가 있다.
 
 

차례

지은이의 말
등장인물과 배경

영웅 길가메쉬
왕의 폭정
엔키두의 창조
사냥꾼의 고민
지혜를 얻은 야만인
닌순의 해몽
문명인이 된 엔키두
엔키두의 분노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대결
길가메쉬의 음모
노장파의 지원
어머니의 기도
우투의 허락
엔키두의 동참
길가메쉬의 꿈
삼목산 잠입
후와와의 죽음
엔릴의 불호령
인안나의 치욕
구갈안나의 운명
키쉬 왕 아가의 욕심
엔키두의 악몽
우투의 위로
마지막 꿈
길가메쉬의 애도
저승의 법칙
입산
씨두리의 인생론
죽음의 바다
방랑자와 영생자
엔키의 구원
잃어버린 불로초
영웅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