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 보지(金陵 寶誌 418-514, 중국 위진남북조 스님, 금릉은 출신지 이름.
502년경 <대승찬> 24수를 지어 황제에게 받쳤고 또 각종이적을 보여 대중을 교화함)
1. 보리와 번뇌는 둘이 아니다(菩提煩惱不二)
2. 지킴과 범함은 둘이 아니다(持犯不二)
3.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다(佛與衆生不二)
4. 이치와 현상은 둘이 아니다(事理不二)
5. 고요함과 산란함은 둘이 아니다(靜亂不二)
6. 선과 악은 둘이 아니다(善惡不二)
7. 색과 공은 둘이 아니다 (色空不二)
8. 생과 사는 둘이 아니다(生死不二)
9. 단견과 상견은 둘이 아니다(斷常不二)
10. 진과 속은 둘이 아니다(眞俗不二)
11. 해탈과 속박은 둘이 아니다(解縛不二)
12. 경계와 비춤은 둘이 아니다(境照不二)
13. 운용에는 걸림이 없다(運用無礙)
14. 미혹과 깨달음은 둘이 아니다(迷悟不二)
1. 보리와 번뇌는 둘이 아니다(菩提煩惱不二)
중생은 도를 닦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 번뇌를 없애려고 하네.
번뇌는 본래 비고 고요한데 도를 가지고 다시 도를 찾으려 하는구나.
한 생각 마음이 바로 그것인데 어찌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는가.
크나큰 도는 분명히 눈앞에 있거늘 미혹하고 어리석은 이는 알지 못하네.
불성은 천진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요 인연도 없고 닦아서 만들 것도 없네.
삼독이 헛되고 거짓된 줄 모르고 부침과 생사에만 허망하게 집착하네.
예전 미혹했을 때 가 해탈이었는데 오늘에 비로소 깨달으니 이른 것이 아니네.
衆生不解修道(중생불해수도)
便欲斷除煩惱(변욕단제번뇌)
煩惱本來空寂(번뇌본래공적)
將道更欲覓道(장도갱욕멱도)
一念之心卽是(일념지심즉시)
何須別處尋討(하수별처심토)
大道曉在目前(대도효재목전)
迷倒愚人不了(미도우인불료)
佛性天眞自然(불성천진자연)
亦無因緣修造(역무인연수조)
不識三毒虛假(불식삼독허가)
妄執浮沈生老(망집부침생노)
昔時迷日未晩(석시미일미만)
今日始覺非早(금일시각비조)
2. 지킴과 범함은 둘이 아니다(持犯不二)
대장부는 행동할 때에 걸림이 없으니 계율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지킴과 범함은 본래 생겨나지 않았는데 어리석은 이들은 그에 속박 당한다.
지혜로운 이는 하는 일이 모두 공하지만 성문은 부딪치는 일마다 막히기만 한다.
대사의 육안은 원만하고 두루 통해 있지만 이승의 천안에는 가리운 것이 있다.
공한 가운데 유무를 허망하게 집착하고 형상과 마음이 걸림 없는 줄 알지 못하네
보살은 속인들과 함께 살아도 청정하여 세속에 물든 적이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열반을 탐하고 집착하지만 지혜로눈 이에겐 생사가 곧 진실한 경계이네
법성은 텅 비어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연기로 이 게송을 대략 만들었네.
백 살 먹어도 지혜 없으면 어린아이요, 어린아이라도 지혜 있으면 백살이리라.
丈夫運用無礙(장부운용무애)
不爲戒律所制(불위계율소제)
持犯本自無生(지범본자무생)
愚人被他禁繫(우인피타금계)
智者造作皆空(지자조작개공)
聲聞觸途爲滯(성문촉도위체)
大士肉眼圓通(대사육안원통)
二乘天眼有翳(이승천안유예)
空中妄執有無(공중망집유무)
不達色心無礙(부달색심무애)
菩薩與俗同居(보살여속동거)
淸淨曾無染世(청정증무염세)
愚人貪著涅槃(우인탐착열반)
智者生死實際(지자생사실제)
法性空無言說(법성공무언설)
緣起略無人子(연기약무인자)
百歲無智小兒(백세무지소아)
小兒有智百歲(소아유지백세)
3.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다(불여중생不二)
부처와 중생은 다르지 않으며 큰 지혜도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네.
어째서 밖으로만 보배를 구하는가. 몸 밭에 밝은 구슬을 스스로 지녔거늘
바른 도와 그릇된 도가 둘이 아니고 범부와 성인이 같은 줄 알아야 한다.
미혹과 깨달음은 본래부터 차별이 없고 열반과 생사는 한 가지이네.
결국에는 반연도 공적하니 뜻과 생각의 맑고 고요한 경지를 구할 뿐이다.
한 법도 얻을 수 없으니 고용히 무위의 경지에 저절로 들어가리라.
衆生與佛無殊(중생여불무수)
大智不異於愚(대지불이어우)
何須向外求寶(하수향외구보)
身田自有明珠(신전자유명주)
正道邪道不二(정도사도불이)
了知凡聖同途(료지범성동도)
迷悟本無差別(미오본무차별)
涅槃生死一如(열반생사일여)
究竟攀緣空寂(구경반연공적)
惟求意想淸虛(유구의상청허)
無有一法可得(무유일법가득)
翛然自入無餘(소연자입무여)
4. 이치와 현상은 둘이 아니다(事理不二)
마음자리는 자재롭고 고요하며
법성에는 본래 열 가지 번뇌가 없다.
모든 것이 부처님 일 아닌 것이 없는데
어찌 생각을 거두어 좌선을 하는가.
망상은 본래부터 공적하니
반연을 끊어 없앨 필요가 없다.
지혜로운 이는 얻을 만한 마음도 없으니
저절로 다춤도 없고 시끄러움도 없어질 것이다.
무위의 크나큰 도를 알지 못하면서
언제 현묘한 이치를 증득하리.
부처와 중생은 한 종류이고
중생이 바로 세존인데
범부는 헛되이 분별을 내어
무 속에서 유를 집착해 미혹에 분주하구나.
탐욕과 성냄이 비고 고요한 줄 알면
그 어느 것이 진문 아니리.
心王自在翛然(심왕자재소연)
法性本無十纏(법성본무십전)
一切無非佛事(일체무비불사)
何須攝念坐禪(하수섭념좌선)
妄想本來空寂(망상본래공적)
不用斷除攀緣(불용단제반연)
智者無心可得(지자무심가득)
自然無爭無喧(자연무재무훤)
不識無爲大道(불식무위대도)
何時得證幽玄(하시득증유현)
佛與衆生一種(불여중생일종)
衆生卽是世尊(중생즉시세존)
凡夫妄生分別(범부망생분별)
無中執有迷奔(무중집유미분)
了達貪瞋空寂(요달탐진공적)
何處不是眞門(하처불시진문)
5. 고요함과 산란함은 둘이 아니다(靜亂不二)
성문은 소란을 피우고 고요함을 구하니
밀가루를 버리고 떡을 구하는 것과 같네.
떡은 본래 밀가루에서 생겼는데
만드는 사람따라 다양하게 변하네.
번뇌가 곧 보리이고
마음이 없으면 경계 또한 없는 것이요.
생사가 열반과 다르지 않고
탐욕과 성냄은 아지랑이나 그림자와도 같네.
지혜로운 이는 부처를 구하려는 마음 없지만
어리석은 이들은 밖으로 치닫고 있네.
일생을 헛되이 보내고 있으니
여래의 묘한 정수리 보지 못하리라.
음욕과 성냄의 성품이 공한 줄 안다면
확탕 지옥과 노탄지옥이 저절로 식으리라.
聲聞厭諠求靜(성문염훤구정) 猶如棄麪求餅(유여기맥구병)
餅卽從來是麪(병즉종래시맥) 造作隨人百變(조작수인백변)
煩惱卽是菩提(번뇌즉시보리) 無心卽是無境(무심즉시무경)
生死不異涅槃(생사불이열반) 貪瞋如焰如影(탐진여염여영)
智者無心求佛(지자무심구불) 愚人執邪執正(우인집사집정)
徒勞空過一生(도로공과일생) 不見如來妙頂(불견여래묘정)
了達婬慾性空(요달음욕성공) 鑊湯鑪炭自冷(확탕로탄자냉)
6. 선과 악은 둘이 아니다(善惡不二)
나의 몸과 마음 쾌락하니
고요하여 선도 없고 악도 없네.
법신은 자재하여 방위도 없으니
눈에 보이는 것마다 정각 아닌 것 없네.
육진은 본래부터 공하여 고요한데
범부가 허망하게 집착을 내는 것이네.
열반과 생사는 평등할 뿐이니
사해의 그 무엇이 후하고 박할 것인가.
무위의 큰 도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마음으로 헤아릴 필요가 없는 것이네.
보살은 얽매임이 없어 영통하나니
하는 일 항상 미묘한 깨달음을 머금고 있네.
성문들은 법에 집착하여 좌선을 하니
누에가 실을 토해 스스로 가두는 것과 같네.
법성은 본래부터 둥글고도 밝으니
병이 나았는데 왜 약에 집착하는가.
모든 법이 평등한 줄 안다면
고요하고 맑고 상쾌하리라.
我自身心快樂(아자신심쾌락) 翛然無善無惡(소연무선무악)
法身自在無方(법신자재무방) 觸目無非正覺(촉목무비정각)
六塵本來空寂(육진본래공적) 凡夫妄生執著(범부망생집착)
涅槃生死平等(열반생사평등) 四海阿誰厚薄(사해아수후박)
無爲大道自然(무위대도자연) 不用將心畫度(불용장심획도)
菩薩散誕靈通(보살산탄영통) 所作常含妙覺(소작상함묘각)
聲聞執法坐禪(성문집법좌선) 如蠶吐絲自縛(여잠토사자박)
法性本來圓明(법성본래원명) 病愈何須執藥(병유하수집약)
了知諸法平等(요지제법평등) 翛然淸虛快樂(소연청허쾌락)
7. 색과 공은 둘이 아니다 (色空不二)
법성은 본래 푸르지도 노랗지도 않은데
중생이 부질없이 문장을 지어서
'내가 지관을 서하노라'고
제멋대로 소란스레 날뛰네.
원통의 현묘한 이치를 모르니
어느 때나 참되고 항상된 도리를 알 수 있겠는가.
자기 병도 고치지 못하면서
남에게 처방전을 일러주고 있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착한 것 같지만
속마음은 이리떼와 같네.
어리석은 사람은 지옥을 두려워하지만
지혜로운 이에겐 천당과 다름 없네.
어떤 경계에도 마음이 항상하여 일어나지 않으니
발길 닿는 곳이 모두 도량이네.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닌데
중생이 제 멋대로 둘로 나누네.
삼독을 없애려고 한다면
더욱더 재앙을 떠나지 못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마음이 곧 부처인 줄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극락에만 가려하네.
法性本無靑黃(법성본무청황)
衆生謾造文章(중생만조문장)
吾我說他止觀(오아설타지관)
自意擾擾顚狂(자의요요전광)
不識圓通妙理(불식원통묘리)
何時得會眞常(하시득회진상)
自疾不能治療(자질불능치료)
卻敎他人藥方(각교타인약방)
外看將爲是善(외간장위시선)
心內猶若豺狼(심내유약시랑)
愚人畏其地獄(우인외기지옥)
智者不異天堂(지자불이천당)
對境心常不起(대경심상불기)
擧足皆是道場(거족개시도량)
佛與衆生不二(불여중생불이)
衆生自作分張(중생자작분장)
若欲除卻三毒(약욕제각삼독)
迢迢不離災殃(초초불리재앙)
智者知心是佛(지자지심시불)
愚人樂往西方(우인요왕서방)
8. 생과 사는 둘이 아니다(生死不二)
세간의 모든 법은 허깨비와 같고
생사는 천둥이나 번개와 같네.
법신은 자재롭고 원통하여
온 세상 드나들어도 간격이 없네.
헷갈리고 뒤바뀐 망상도 본래 비었으니
반야는 미혹도 어지럼도 없는 것이네.
삼독은 본래 스스로 해탈이니
생각을 모아 좌선할 필요 있을까.
다만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해
계율에 의하여 판결하려고 하네.
적멸의 진여를 알지 못하면서
언제 피안에 오를 수 있으랴.
지혜로운 이는 끊어야 할 악이 없으니
쓰임에 따라 마음대로 합치거나 흩는 것이네.
법성은 본래 비고 고요하여
생사에 얽매임을 받지 않는데
번뇌를 없애려고 한다면
이 자가 바로 무명의 어리석은 사람이네.
번뇌가 곧 보리인데
달리 선정을 구할 필요 있을까.
진실한 경지에는 부처도 없고 악마도 없으며
마음 본체에는 형상도 없고 끊음도 없다네.
世間諸法如幻(세간제법여환)
生死猶若雷電(생사유약뢰전)
法身自在圓通(법신자재원통)
出入山河無間(출입산하무간)
顚倒妄想本空(전도망상본공)
般若無迷無亂(반야무미무란)
三毒本自解脫(삼독본자해탈)
何須攝念禪觀(하수섭념선관)
只爲愚人不了(지위우인불료)
從他戒律決斷(종타계율결단)
不識寂滅眞如(불식적멸진여)
何時得登彼岸(하시득등피안)
智者無惡可斷(지자무악가단)
運用隨心合散(운용수심합산)
法性本來空寂(법성본래공적)
不爲生死所絆(불위생사소반)
若欲斷除煩惱(약욕단제번뇌)
此是無明癡漢(차시무명치한)
煩惱卽是菩提(번뇌즉시보리)
何用別心禪觀(하용별심선관)
實際無佛無魔(실제무불무마)
心體無形無段(심체무형무단)
9. 단견과 상견은 둘이 아니다(斷常不二)
대장부는 당당하게 활동하니
노니는 것이 자유롭고 걸림이 없네.
어느 것도 그를 해치지 못하니
견고하기가 금강과도 같네.
두 끝과 중도에 집착하지 않고
고요하여 단견도 아니고 상견도 아니네.
오욕과 탐내고 성냄이 바로 부처이니
지옥이 천당과 다르지 않네.
어리석은 사람은 헛되이 분별을 내어
미친듯이 생사를 떠도는 것이네.
지혜로운 이는 물질에도 걸림이 없는데
성문은 때닫지 못해 초조해 하네.
법성은 본래 티가 없는데
중생들이 헛되이 파랗다 노랗다 집착하네.
여래께서 어리석은 이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간혹 지옥과 천당을 설법하신 것이네.
미륵이 몸 안에 저절로 있는데
어찌 다른 곳에서 생각하겠는가.
진여의 불상을 저버리니
이 사람이 미치광이 아니겠는가.
성문은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그저 말과 글만 좇아다니네.
말과 글은 본래 참된 도가 아니며
싸울수록 말싸움만 거세어지네.
마음속이 독사와 전갈 같으니
물리면 이내 상처를 입으리라.
글 속에서 뜻을 취할 줄 모르니
언제나 진상을 알게 될까.
죽어서는 무간지옥에 들어가
신식이 재앙을 받게 되리라.
丈夫運用堂堂(장부운용당당)
逍遙自在無妨(소요자재무방)
一切不能爲害(일체불능위해)
堅固猶若金剛(견고유약금강)
不著二邊中道(불착이변중도)
翛然非斷非常(소연비단비상)
五欲貪瞋是佛(오욕탐진시불)
地獄不異天堂(지옥불이천당)
愚人妄生分別(우인망생분별)
流浪生死猖狂(유랑생사창광)
智者達色無礙(지자달색무애)
聲聞無不恛惶(성문무불회황)
法性本無瑕翳(법성본무하예)
衆生妄執靑黃(중생망집청황)
如來引接迷愚(여래인접미우)
或說地獄天堂(혹설지옥천당)
彌勒身中自有(미륵신중자유)
何須別處思量(하수별처사량)
棄卻眞如佛像(기각진여불상)
此人卽是顚狂(차인즉시전광)
聲聞心中不了(성문심중불료)
唯只趁逐言章(유지진축언장)
言章本非眞道(언장본비진도)
轉加鬪爭剛彊(전가투쟁강강)
心裏蚖蛇蝮蝎(심리원사복할)
螫著便卽遭傷(석착변즉조상)
不解文中取義(불해문중취의)
何時得會眞常(하시득회진상)
死入無間地獄(사입무간지옥)
神識枉受災殃(신식왕수재앙)
10. 진과 속은 둘이 아니다(眞俗不二)
법사의 설법은 매우 좋지만
마음은 번뇌를 떠나지 못하였네.
입에서 나오는 말로 다른 사람들을 교화하려 하지만
그의 태어나고 늙음만을 더할 뿐이네.
참과 허망은 본래 둘이 나닌데
범부는 허망을 버리고 도만 찾으려 하네.
사부대중이 운집하여 법문을 들으려 하나
높은 자리에선 논의만 끝이 없구나.
남쪽 자리 북쪽 자리 서로 다투는데
사부대중들은 좋다고 말하네.
입으로는 감로를 말하고는 있으나
그 마음은 언제나 바싹 말라 있네.
자기에게는 본래부터 돈 한 푼 없으면서
밤낮없이 남의 보물만 세고 있으니
지혜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
순금을 버리고 풀더미를 지는 것과 같네.
마음 속 삼독을 버리지 않고서
언제나 그 도를 얻게 될까.
法師說法極好(법사설법극호)
心中不離煩惱(심중불리번뇌)
口談文字化他(구담문자화타)
轉更增他生老(전갱증타생노)
眞妄本來不二(진망본래불이)
凡夫棄妄覓道(범부기망멱도)
四衆雲集聽講(사중운집청강)
高座論義浩浩(고좌논의호호)
南座北座相爭(남좌북좌상쟁)
四衆爲言爲好(사중위언위호)
雖然口談甘露(수연구담감로)
心裏尋常枯燥(심리심상고조)
自己元無一錢(자기원무일전)
日夜數他珍寶(일야수타진보)
恰似無智愚人(흡사무지우인)
棄卻眞金擔草(기각진금담초)
心中三毒不捨(심중삼독불사)
未審何時得道(미심하시득도)
11. 해탈과 속박은 둘이 아니다(解縛不二)
율사는 계율을 지켜 스스로 속박하니
스스로 속박하면서 남도 속박하네.
겉으로는 편안하고 고요한 듯 거동하지만
마음속은 성난 파도와 같네.
생사의 나룻배를 타지 않고서
어찌 애욕의 강을 건널 수 있으랴.
참 종지의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하여
소견은 그릇되고 말만 더욱 많아지네.
두 비구가 율을 범하고서 우파리를 찾아가 물으니
우파리가 율에 의해 그 죄를 말하자
비구들은 더욱 얽매이게 되었네.
방장실에 있던 유마거사가
그들에게 다가와 꾸짖으니
우파리는 잠자코 아무 대꾸도 못하였고
유마거사는 법에 잘못 없다고 설하였네.
그리고 계의 성품은 허공과 같으니
안팎 사바세계 그 어디에도 있지 않네.
생멸 없애라는 권고를 수긍하지 않으니
홀연히 깨달으면 석가와 똑같으리라.
律師持律自縛(율사지율자박)
自縛亦能縛他(자박역능박타)
外作威儀恬靜(외작위의염정)
心內恰似洪波(심내흡사홍파)
不駕生死船筏(불가생사선벌)
如何度得愛河(여하도득애하)
不解眞宗正理(불해진종정리)
邪見言辭繁多(사견언사번다)
有二比丘犯律(유이비구범율)
便卻往問優波(변각왕문우파)
優波依律說罪(우파의율설죄)
轉增比丘網羅(전증비구망라)
方丈室中居士(방장실중거사)
維摩便卽來訶(유마변즉래가)
優波黙然無對(우파묵연무대)
淨名說法無過(정명설법무과)
而彼戒性如空(이피계성여공)
不在內外娑婆(불재내와사바)
勸除生滅不肯(권제생멸불긍)
忽悟還同釋迦(홀오환동석가)
12. 경계와 비춤은 둘이 아니다(境照不二)
선승의 본체는 무명을 떠났는데
번뇌가 어디서 일어나겠는가.
지옥과 천당이 한 가지 모습이요
열반과 생사도 헛된 이름일 뿐이네.
끊어야 할 탐욕과 성냄도 없고
이루어야 할 불도도 없네.
중생과 부처가 평등하니
자연성지는 초롱초롱해지네.
육진에 물들지 않고
구절마다 홀로 무생에 계합되네.
바른 깨달음은 한 순간에도 깊이 아니
삼세가 탄탄하여 모두 평등하네.
제지받을 법도 없고 율도 없으며
고요히 원만한 성취에 참으로 들어갔네.
사구와 백비가 끊어졌으니
허공과 같아 짖는 일도 하는 일도 없다네.
禪師體離無明(선사체리무명)
煩惱從何處生(번뇌종하처생)
地獄天堂一相(지옥천당일상)
涅槃生死空名(열반생사공명)
亦無貪瞋可斷(역무탐진가단)
亦無佛道可成(역무불도가성)
衆生與佛平等(중생여불평등)
自然聖智惺惺(자연성지성성)
不爲六塵所梁(불위육진소염)
句句獨契無生(구구독계무생)
正覺一念玄解(정각일념현해)
三世坦然皆平(삼세탄연개평)
非法非律自制(비법비율자제)
翛然眞入圓成(소연진입원성)
絶此四句百非(절차사구백비)
如空無作無依(여공무작무의)
13. 운용에는 걸림이 없다(運用無礙)
나 이제 도도히 자유로워졌으니
왕공도 재상도 부럽지 않네.
사계절이 금강과 같고
괴롭거나 즐거워도 마음은 항상하여 변함이 없네.
법보는 수미산과 같고
지혜는 바다보다 넓네.
여덟가지 바람에 이끌리지 않으니
정진도 게으름도 없네.
성품에 따라 미친 듯이 부침하고
얽매임 없이 종횡무진 자유롭네.
시퍼런 칼날이 목을 겨누어도
나 스스로 편안하여 거들떠보지도 않네.
我今滔滔自在(아금도도자재)
不羡公王卿宰(불선공왕경재)
四時猶若金剛(사시유약금강)
苦樂心常不改(고락심상불개)
法寶喩於須彌(법보유어수미)
智慧廣於江海(지혜광어강해)
不爲八風所牽(불위팔풍소견)
亦無精進懈怠(역무정진해태)
任性浮沈若顚(임성부침약전)
散誕縱橫自在(산탄종횡자재)
遮莫刀劍臨頭(차막도검임두)
我自安然不釆(아자안연불변)
14. 미혹과 깨달음은 둘이 아니다(迷悟不二)
어리석었을 때에는 공을 색이라 여겼고
깨달으면 색을 공이라 여기네.
어리석음과 깨달음은 본래 차별이 없으니
색과 공은 결국 같은 것이네.
어리석은 사람은 남쪽을 북쪽이라 말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동쪽도 서쪽도 없음을 아네.
여래의 현묘한 진리를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한 생각 속에 있네.
아지랑이는 본래 물이 아닌데
목마른 사슴이 미친 듯 바쁘게 쫓아가네.
제 몸은 거짓이고 진실하지 않은데
공을 가지고서 다시 공을 찾으려 하네.
세상 사람들 미혹이 이토록 심하니
개가 컹컹 짖는 듯 하구나.
迷時以空爲色(미시이공위색)
悟卽以色爲空(오즉이색위공)
迷悟本無差別(미오본무차별)
色空究竟還同(색공구경환동)
愚人喚南作北(우인환남작북)
智者達無西東(지자달무서동)
欲覓如來妙理(욕멱여래묘리)
常在一念之中(상재일념지중)
陽焰本非其水(양염본비기수)
渴鹿狂趁怱怱(갈록광진총총)
自身虛假不實(자신허가불실)
將空更欲覓空(장공갱욕멱공)
世人迷倒至甚(세인미도지심)
如犬吠雷哄哄(여견폐뢰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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