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에서 니케아 공의회가 열리고 크리스트교가 국교로 공인받아 세계로 뻗어나기로부터 약 600년 전.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제 3대 왕이자, 서북 인도에 침입한 알렉산더 대왕을 물리친 찬드라굽타의 손자인 아소카왕은 인도의 전 지역을 정복해 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의 군주가 되었다.

그는 정복 사업 도중 남동부의 칼링가 지바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10만 명이 넘은 인명을 학살하였고, 자신이 파괴한 정복지를 돌아보면서 깊은 자괴감과 죄책감에 빠졌다. 

결국 그는 무력에 의한 정복을 멈추고  비폭력과 사회적 윤리에 기초를 둔 '다르마에 의한 정복'을 표방하게 되었으며,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병원과 고아원, 양로원을 짓고 도로와 관개 시설을 정비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교를 국교로 삼아 그 자비 정신을 자신과 주변의 왕국에 전파했다.

그는 생전에 불교판 니케아 공의회라고 할 수 있는 '불전 결집'을 총 3회 개최해 불교의 교리를 통일하고, 석가모니의 탄생지를 비롯한 각지의 불적을 순행하며 탑과 석주를 세웠으며, 스리랑카, 시리아, 이집트, 그리고 헬레니즘 그리스에까지 선교사를 보내 불교를 포교하였다.

그로 인해 수천 년간 브라만교의 다양한 신들을 믿던 인도인들은 처음으로 붓다의 불교 아래 통합되었으며, 그 후 브라만교가 진화해 힌두교로 부활하기까지 약 1,700여 년 동안 인도는 불법의 나라가 되었다. 또한 그로부터 시작된 불교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에 널리 퍼져 아시아권 국가들의 사상적, 문화적 토대가 되었으며, 멀리는 크리스트교의 토마스 복음서, 그노시즘의 나그함디 문서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도 불교의 역사는 그 발전 단계에 따라 크게 4개로 나뉜다.

그 4단계란 원시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그리고 밀교의 시대로, 각 단계마다 불교의 교의와 이념이 조금씩 바뀐다.

원시불교는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가 창시한 때부터 상좌부와 대중부의 두개 부파로 나누어지기 전까지의 불교를 이야기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불교는 중인도의 마가다 지방에서 믿는 소수 종교에 불과했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윤회, 업, 인과설은 대부분 기존의 브라만교를 토대로 하지만, 브라만교가 영생불명의 영혼인 '아트만'의 존재를 믿고, 그 아트만이 새 몸을 받는 것을 윤회라고 생각했다면, 싯다르타는 '고정불변의 아트만은 없다.'라는 무아론을 펼쳤다. 

그는 '나(我)'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고뇌의 사슬을 끓고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설파했다.

싯다르타의 사후, 그의 제자인 마하가섭과 아난 등은 왕사성 근처의 칠엽굴에서 제 1회 결집을 가졌다.

거기서 그들은 싯다르타의 말씀을 정리한 <아함경>을 편찬하였고, 원시불교의 기본 계율을 확립하였다.

이때 만든 경전의 이름을 따서 원시불교를 다른 말로 '아함불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싯다르타가 입멸한지 100년이 흐르자, 동부 지방의 일부 승려들 사이에서 계율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나타났다.
이들 신진 승려들은 기존의 계율에 더할 새로운 10가지 안인 '십사(十事)'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700명의 장로들이 바이샬리에 모여 제ㅎ 2회 결집을 가졌다.
이 결집에서 십사는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에 불복한 신진 승려 1만 명이 기존의 교단을 이탈해 독자적인 계율을 세웠다.
이때부터 불교는 기존의 보수 교단인 상좌부(上座部)와 진보적인 대중부(大衆部)로 분열되었다.

이 때부터의 시기를 부파불교의 시대라고한다.

대승불교는 부파불교의 수동성에 대한 비판으로 탄생하였다. 

이 대승불교의 시대에 이르러 불교의 사상에 몇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첫째로 성인이기는 했어도 지금까지는 역사적 인물에 불과했던 고타마 싯다르타가 신격화되었다. 싯다르타는 불교의 지혜와 자비 정신, 그리고 살아 생동하는 교법의 살아있는 화신이 된 것이다.

둘째로 다불 사상이 대두되었다. 즉, 지금까지는 오직 싯다르타만이 유일한 붓다(부처)였으나, 대승불교에 이르러서는 시방세계에 무량한 제불들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대승불교는 지금까지 속세를 버리고 출가해야만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기존의 교리에서, 출가하지 않은 대중들도 해탈할 수 있다는 새로운 논리를 세워 대중들 사이에 빠르게 인기를 얻었으며, 승려의 의무 역시 개인의 해탈이 아닌 대중의 구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시기에 <반야경>, <화엄경>, <법화경>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많은 대승 경전들이 편찬되었다.

AD 150년에 출현한 승려 나가르주나는 대승불교의 핵심 논리인 '공(空)' 사상을 확립하였고, 이런 경전들에 주석을 달아 대승불교의 발달을 촉진하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널리 퍼진 불교도 바로 이 대승불교였다.

그러나 '불교의 민중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온 대승불교도 교조화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AD 7세기 경 대승불교의 종파는 중관파, 유가행파, 경량부, 유부 등으로 나누어져 각자의 교리를 두고 논쟁하였다.

이렇듯 대승불교가 지나치게 철학적, 이론적 경향으로 치닫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히려 민중 사이에서는 불교의 세속화, 무속화가 진행되었다.

특히 대중화의 과정에서 불교는 민중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힌두 문화와 결합하게 되면서, 불교는 본래의 엄격한 자기 수행적 성격이 점점 옅어지고 점차 병을 치료하거나 비를 내리게 하는 등의 기복 신앙적 성격을 띄게 되었다.

또한 힌두교의 만트라나 만달라 개념이 도입되여 불교의 주술적 성격도 점점 강해져, 그에 관한 주문들을 담은 '다라니' 경전이 별도로 편찬되기에 이르렀다.
대중에게 친숙했던 힌두교의 신들 역시 불교에 속속 흡수되어 보살이나 불타의 형태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본래는 하나의 사상이자 철학이었던 불교는 점차 유신론적 신앙으로 변모되어갔다.

관음보살이니, 미륵이니, 사천왕이니 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도 이미 불교의 무속적 성격이 강해지던 7세기에 와서야 확립된 것이다.

급기야는 힌두교의 탄트리즘까지 받아들이면서 불교는 현세의 행복과 쾌락을 추구하는 밀교로 변모해갔고, 본래의 현실 부정적인 성격을 크게 상실하였다.

결국 이렇게 세속화되어가던 불교는 결국 13세기에 일어난 이슬람 교도들의 침입에 의해 본토인 인도에서는 공식적으로 멸망하고 만다.

물론 소승불교(상좌부 불교)는 타이,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에, 대승불교는 중국, 한국, 일본에 퍼져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티벳, 원/청 제국기의 중국에는 밀교가 진출해 국교가 되기도 하는 등, 인도 외의 지역에서 불교는 여전히 살아 숨쉬며 아시아의 종교, 문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밀교는 7세기부터 세속화, 교조화의 길을 걸어오던 대승불교를 제치고 이슬람 세력의 침입을 받는 13세기까지 인도의 메이저 종교였다.

큰 틀에서는 밀교를 대승불교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밀교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교보다 주술적인 성격이 훨씬 큰 것은 사실이고, 이 때문에 인도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에서도 현지 정부의 의혹과 탄압을 받았다.

밀교는 크게 순밀(純密?)과 잡밀(雜密?)로 나뉜다. 순밀이란 7세기 후반에 성립된 체계적인 밀교를 말하는 것으로, 대일여래를 본존으로 숭배하고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이론적 근거로 삼는다.

이 때문에 이들을 금강승(金剛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순밀은 중국에 진출해서 밀종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진언종(眞言宗)을 탄생시켰으며, 티벳에서는 지배적인 종교인 '라마교'가 되어 지금까지도 계승되고 있다.

잡밀이란 이러한 순밀 외의 모든 밀교를 지칭하는 말인데, 주술적, 구복적 성격은 이 잡밀이 강하다.

밀교는 주문(다라니) 암송, 수인(손으로 수결을 맺는 것), 염상(마음 속으로 부처의 도상을 떠올리는 것)의 삼밀수행법을 제창했으며, 브라만교의 신들을 불교의 수호신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힘을 빌리는 수호주를 독송하거나 부적술을 펼치기도 했다.

밀교는 또한 고대 베다 시대의 제의도 받아들였는데, 본래는 힌두의 신들에게 바치는 의례였던  호마법의 수용이 그 한 예이다.

화제사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의식은 제식장의 중앙에 화로를 만들고, 그 안에 공물을 던져 공양을 드리는 방법으로 재난의 소멸(식재), 악마의 퇴치(조복), 이익의 증가(증익), 그리고 사람들간의 화합(경애) 등을 기원하는 것이다.

호마 의식은 단의 종류, 호마로의 색, 형태, 시작되는 시각, 향하는 방위 등이 엄격이 규정되어 있어 마법적인 측면이 강하며, 호마법의 취지를 기록한 호마찰을 부적으로 사용하거나, 타고 남은 재를 복용하는 신앙도 널리 행해졌다.

힌두교의 탄트리즘과 융합해 불교 안에 남녀의 성적 결합을 끌어온 밀교의 교파를 좌도밀교(左道密敎)라고 한다.

마가다 지역의 비크라마쉴라 사원과 오단타푸리 사원을 중심으로 발전한 좌도밀교는 인간의 애욕과 쾌락을 부정하지 않고 바로 몸을 통해 성불(즉신성불) 을 이루고자 한 종파였으나, 민중 사이의 성 숭배 신앙과 결합하면서 빠르게 타락의 길을 걸었다.

때문에 좌도밀교의 성지였던 비크라마쉴라 사원은 1203년 이슬람 교도들이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파괴의 대상이 되었다.
티벳과 네팔로 전파된 밀교는 좌도밀교 종파인 구생승(俱生乘) 계통이기 때문에, 10세기에 개혁되기 전까지 티벨 불교는 인도의 탄트라 불교처럼 성력(性力)을를 중요시했다.

우리나라의 밀교는 신라 시대인 AD 7세기 경에 승려 안홍과 명랑에 의해 전해졌으며, 주로 중국 계통의 잡밀을 받아들였다.

이후 신라의 밀교는 혜통, 현초, 의림, 혜일, 자장 등의 밀교 승려들에 의해 오대산을 중심으로 발전해갔고, 특히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 와서는 호국불교적 성격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우리나라가 불교를 받아들인 AD 6세기는 이미 대승불교의 밀교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던 시점이고, 불교가 들어오자마자 민간의 토착 신앙과 강하게 결합했기 때문에 정작 정식 밀교 타이틀을 단 진언종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대신에 밀교의 다양한 요소들이 주류 종파인 천태종에 녹아들어 미륵 사상, 아미타불 사상, 사리탑 신앙 등의 현교의 신비적 상징을 담당하게 되었다.

일본에 역시 8세기 구카이(くうかい?)에 진언종이 전파되어 헤이안 시대의 국가 수호의 역할을 도맡았다.

일본의 역사에서 밀교승이 활약한 대표적인 예로는 쇼토쿠 천왕의 병을 숙요법(宿曜法?)으로 치유한 도쿄나, 고다이고 천왕의 막부를 붕괴시킨 코신 등이 있다.

일본의 밀교는 토착의 신토(神道)와 결합해 주술적인 색채가 더욱 강해졌으며, 쇠퇴하거나 현교에 흡수된 중국이나 한국과는 달리 지금도 일본의 2대 종파로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